analytical · 2026-05-16

말하면서 자신을 안다: 자기 표현이 콘텐츠가 되는 구조

SNS를 시작하는 이유가 두 가지로 나뉜다는 걸 최근에야 구분하게 됐다. 하나는 퍼스널 브랜딩이다. 무엇을 알리고 싶은지, 어떤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지, 팔로워를 어떻게 늘릴 것인지. 전략과 목표가 있는 접근이다. 다른 하나는 자기 표현 욕망이다. 이건 조금 다르다. 뭔가를 말하고 싶은데, 그게 정확히 무엇인지 아직 모를

말하면서 자신을 안다: 자기 표현이 콘텐츠가 되는 구조

SNS를 시작하는 이유가 두 가지로 나뉜다는 걸 최근에야 구분하게 됐다.

하나는 퍼스널 브랜딩이다. 무엇을 알리고 싶은지, 어떤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지, 팔로워를 어떻게 늘릴 것인지. 전략과 목표가 있는 접근이다.

다른 하나는 자기 표현 욕망이다. 이건 조금 다르다. 뭔가를 말하고 싶은데, 그게 정확히 무엇인지 아직 모를 때가 많다. 써보면서 알게 된다. 올리고 나서 "아, 나 이걸 말하고 싶었구나"를 깨닫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흥미로운 것은, 두 번째에서 시작한 콘텐츠가 종종 더 많이 공명한다는 것이다.


표현은 자아를 구성한다

심리학자 Dan McAdams는 서사적 정체성 이론에서 이렇게 말한다. 인간은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로 재구성하면서 자아를 이해하고 정체성을 형성한다. 표현 행위 자체가 인지적 기능을 한다. 말하면서 자신을 인식하고, 표현하면서 자아를 구성한다.

이것이 일기 쓰기가 치료적 효과를 갖는 이유이기도 하고, 오래된 이야기를 다시 꺼냈을 때 그것이 처음과 다르게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같은 사건인데 말할 때마다 의미가 달라진다. 그것은 이야기를 통해 자아가 계속 재구성되기 때문이다.

콘텐츠를 만드는 행위도 여기서 자유롭지 않다. 포스팅을 쓰는 것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무엇을 생각하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글을 쓰기 전까지는 자신이 그것을 생각하고 있었는지조차 모를 때가 있다.


"말하고 싶은 것"과 "듣고 싶은 것" 사이

퍼스널 브랜딩 강의에서 흔히 하는 말이 있다. "청중이 듣고 싶은 것을 말해라."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것만 따라가면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계속 만들게 된다. 어느 순간 콘텐츠가 나와 분리된다.

공감 마케팅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역설이 있다. 청중의 공감에만 집중하면 오히려 자기중심적이 된다. 타인의 필요를 파악하는 데 너무 집중한 나머지, 그것이 진짜 연결이 아니라 계산이 된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차이를 안다.

역설적으로, 자기 이야기에서 출발한 콘텐츠가 더 많은 사람의 이야기가 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아직 articulate하지 못한 생각이 있을 때, 누군가가 그것을 정확하게 표현해주면 그 사람의 팔로워가 된다. "이거 나도 생각했는데 말로 못 했어"라는 경험. 크리에이터가 자신의 이야기를 articulate하는 행위가, 동시에 독자의 미표현된 생각을 대신 articulate해주는 행위가 되는 것이다.

말하고 싶은 것과 듣고 싶은 것이 교차하는 지점. 그 지점이 공명하는 콘텐츠가 있는 자리다.


진정성의 역설: 자기 자신이기가 더 강한 브랜드다

소셜미디어 연구자 Erving Goffman은 인상 관리(impression management) 이론에서 우리가 상황에 따라 다른 자아를 전략적으로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SNS 연구들은 이것을 실증한다. 이상적 자아를 표현할 때 사람들은 해시태그를 98%의 경우 숨기고, 일상 용어를 97%의 경우 사용한다. 즉, 더 전략적일수록 더 자연스러운 척을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미 이 게임을 알고 있다. 지나치게 다듬어진 콘텐츠가 실제보다 더 낮게 평가받는 이유가 여기 있다.

Nature에 발표된 연구는 진정성 있는 자기 표현이 더 높은 주관적 행복감과 연관된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것은 단순히 기분의 문제가 아니다. 가짜 페르소나를 유지하는 것은 심리적 스트레스를 만들고 결국 지속하기 어려워진다. 반면 진짜 자기 이야기는 계속할 동력이 생긴다. 자기 표현 욕망이 동력이기 때문이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분석들은 2025년을 지나면서 진정성을 신뢰의 가장 중요한 자산으로 꼽는다. 팔로워 수가 캠페인 성공의 약한 지표로 전락하는 이유도 같다. 많은 팔로워보다 진짜 연결이 중요해졌고, 그 연결은 전략적 콘텐츠보다 진정한 자기 표현에서 온다.


"자기 자신이기 vs 브랜드이기"는 이분법이 아니다

많은 크리에이터가 이 지점에서 멈춘다. 진정성 있게 자기 이야기를 하면 전략이 없는 것 같고, 전략적으로 콘텐츠를 만들면 자신이 아닌 것 같은 느낌. 이 딜레마가 콘텐츠 지속성을 깨는 가장 흔한 원인이다.

그런데 이것은 이분법이 아니다.

브랜드 연구에서 진정성을 설명하는 방식이 있다. Reality(실체), Identity(정체성), Image(이미지)의 정합성이다. 실제 자신이 가진 것, 자신이 스스로 이해하는 방식, 외부에 보여지는 모습이 일치할 때 진정성이 형성된다.

여기서 전략의 역할이 분명해진다. 전략은 "무엇을 말할지"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일관되게 표현할지"를 설계하는 것이다. 진정한 자신을 명확히 이해하면, 그것을 일관되게 표현하는 시스템이 브랜드가 된다.

파타고니아나 버진이 강력한 브랜드가 된 것은 타깃 청중을 분석해서 그들이 듣고 싶은 것을 말했기 때문이 아니다. 자신들이 진짜 믿는 가치를 일관되게 표현했기 때문이다. 그 진정성이 청중을 끌어당겼다.


콘텐츠를 쓰는 이유가 바뀌면 콘텐츠가 바뀐다

SNS를 팔로워를 늘리기 위해 한다고 생각하면, 모든 포스팅이 목적을 위한 수단이 된다. 성과가 나오면 계속하고 성과가 없으면 지친다.

자기 표현을 위해 한다고 생각하면, 포스팅 자체가 목적이 된다. 아무도 반응하지 않아도 쓰는 행위가 의미 있다. 그리고 이 동력이 훨씬 오래 간다.

흥미로운 것은 두 번째 방식으로 시작했을 때 첫 번째 결과가 더 잘 나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자기 표현에서 출발한 콘텐츠가 공명하고, 공명이 팔로워를 만들고, 팔로워가 신뢰를 만든다.

이것은 전략을 버리라는 말이 아니다. 전략의 순서에 관한 이야기다. 자신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무엇을 아직 articulate하지 못했는지를 먼저 찾는다.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일관되게 표현할지를 설계한다.

말하고 싶은 것에서 출발해서 듣고 싶은 것과 교차하는 지점을 찾는 것. 그것이 자기 표현이 콘텐츠가 되는 구조다.


참고문헌

  1. McAdams, D.P. & McLean, K.C. (2013). Narrative Identity. Current Directions in Psychological Science.
  2. Nature (2020). Authentic self-expression on social media is associated with greater subjective well-being.
  3. KCI. 자아 표현과 SNS 게시 형식: 고프만의 인상관리 이론을 중심으로.
  4. Creator Lens (2025). Reclaiming Authenticity in the Creator Economy.
  5. HBR Korea. 고객 입장의 공감 마케팅이 별 효과 없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