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alytical · 2026-05-16

먼저 인정하는 사람이 이긴다: 비합리적 선택 공감 콘텐츠 설계법

"AI 도구 몇 개나 구독하고 있어요?" 이 질문에 잠깐 머뭇거린다면, 당신은 이 글의 독자다. Notion, ChatGPT Plus, Perplexity, Claude Pro, Midjourney. 아마 그중 절반은 지난달에 한 번도 안 열었을 것이다. 그것을 알면서도 구독을 끊지 않는다. 다음 달엔 쓸 것 같아서. 이

먼저 인정하는 사람이 이긴다: 비합리적 선택 공감 콘텐츠 설계법

"AI 도구 몇 개나 구독하고 있어요?"

이 질문에 잠깐 머뭇거린다면, 당신은 이 글의 독자다. Notion, ChatGPT Plus, Perplexity, Claude Pro, Midjourney. 아마 그중 절반은 지난달에 한 번도 안 열었을 것이다. 그것을 알면서도 구독을 끊지 않는다. 다음 달엔 쓸 것 같아서.

이것이 비합리적 선택이다. 그리고 수천 명의 팔로워를 만드는 콘텐츠의 재료가 바로 이것이다.


왜 비합리적 선택이 가장 강력한 공감대인가

행동경제학은 오래전부터 인간이 합리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해 왔다. 인간은 이득보다 손실에 약 2배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미 지불한 비용이 아까워서 계속 나쁜 선택을 이어간다. 놓칠까 봐 두려워서 필요하지 않은 것을 산다.

이것들이 비합리적이라는 것을 우리 스스로도 안다. 문제는 안다는 것이 행동을 바꾸지 않는다는 것이다.

바로 그 간극이 공감의 온도차를 만든다. "이게 비합리적인 거 알아요. 근데 저도 해요"라는 말에 사람들이 반응하는 이유는, 그 말이 상대방의 방어를 해제하기 때문이다. 내가 먼저 인정했다. 상대는 이제 방어하거나 합리화할 필요가 없다. 그냥 "맞아, 나도"라고 할 수 있다.

Brené Brown은 이것을 취약성(vulnerability)이라고 불렀다. 그는 취약성을 혁신·창의성·신뢰의 기초라고 정의했다. 두려움과 불확실성이 있는 상황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것. 그리고 그 드러냄이 연결을 만든다.


공감 콘텐츠의 3단계 구조

비합리적 선택 공감 콘텐츠가 작동하는 방식에는 일관된 구조가 있다.

첫 번째는 비합리성을 명시화하는 것이다. 막연하게 "저도 가끔 실수해요"가 아니라, 구체적이고 인식 가능한 상황을 꺼내놓는다. "운동복 다섯 벌이 있는데 운동은 안 해요"처럼. 구체적일수록 공감의 정밀도가 높아진다. 독자가 자신의 상황에 정확히 겹쳐볼 수 있을 때, "이거 나 얘기잖아"가 나온다.

두 번째는 정상성을 해제하는 것이다. 자신이 먼저 인정하면서 동시에 "근데 나만 이런 거 아니잖아요"라는 신호를 보낸다. 이것이 핵심이다. 비합리적 선택을 고백하는 사람이 자신을 낮추는 게 아니라, 공통의 경험을 소환하는 역할을 한다. "이게 이상한 건데 왜 이러는 걸까요"라는 물음에 댓글로 "저도요"가 달리기 시작하면, 콘텐츠가 커뮤니티의 중심이 된다.

세 번째는 커뮤니티 정상화다. 댓글이 쌓이면서 이 비합리적 선택이 특이한 개인의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의 공통 경험이라는 것이 가시화된다. "저도요", "이거 나 얘기인데", "맞아 나도 그래". 이 댓글들이 서로를 보면서 연결감이 생긴다. 콘텐츠를 만든 크리에이터와의 연결뿐 아니라 댓글을 읽는 사람들 사이의 연결도 만들어진다.

이 3단계를 거치면서 콘텐츠는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공동체의 경험 확인 공간이 된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떠나지 않는다.


취약성과 과다공개 사이

이 전략이 작동하려면 하나를 구분해야 한다. 취약성과 과다공개는 다르다.

과다공개는 경계 없이 쏟아내는 것이다. 해결되지 않은 부정적 감정, 지나치게 개인적인 이야기, 공감보다 부담을 유발하는 내용. 이것은 연결 대신 거리감을 만든다.

취약성은 선택적이다. 어떤 경험을 꺼낼지, 어떻게 꺼낼지를 의도적으로 설계한다. Brené Brown이 강조한 것도 이 부분이다. 취약성은 두려움 없이 모든 것을 털어놓는 게 아니라, 신뢰를 만들기 위해 적절히 선택된 공개다.

콘텐츠에서 이 구분은 구체적으로 이렇게 나타난다.

취약성 콘텐츠과다공개
보편적으로 공감 가능한 경험지나치게 개인적인 맥락
약간의 자조와 유머가 있음해결 없는 부정·불만 나열
결말이 있거나 물음으로 열려 있음지속적인 피해 의식
독자가 참여할 여지가 있음크리에이터 중심으로 닫혀 있음

차이는 독자가 "나도 그래"라고 말할 수 있는가, 아니면 "저 사람 좀 힘드네"라고 보는가의 차이다.


마케터와 테크 커뮤니티에서 특히 강하게 작동하는 이유

이 콘텐츠 전략이 마케터·개발자·테크 종사자들에게 특히 강하게 반응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 집단은 합리적 의사결정자라는 자기 이미지가 강하다. 데이터 기반으로 판단하고, 도구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최신 기술을 빠르게 습득한다는 정체성. 그래서 비합리적 선택을 인정하는 데 더 높은 심리적 장벽이 있다.

그 장벽을 콘텐츠가 먼저 허물어준다. "AI 도구 구독했는데 안 씀"이라는 콘텐츠가 나왔을 때, 마케터들이 댓글을 다는 것은 단순한 공감이 아니다. 자기 정체성의 균열을 공개적으로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하는 행위다. 다른 마케터들도 이러니까, 나만 이상한 게 아니니까.

이 안전감이 팔로워 관계를 만든다. 정보를 주는 사람이 아니라, 같은 경험을 공유하는 사람. 그 차이가 알림을 켜놓고 싶은 계정과 그냥 팔로우만 하는 계정의 차이다.


수치로 보는 이 전략의 효과

자조 유머와 공감을 결합한 콘텐츠의 재공유율은 인상적인 결과물을 보여주는 콘텐츠 대비 5~10배 높다. 유머 콘텐츠의 engagement는 일반 콘텐츠의 2~3배다. 릴스 기준으로 공감형 인플루언서 콘텐츠는 참여율이 67% 상승한다.

왜 재공유율이 높을까. 사람들이 이 콘텐츠를 공유할 때, 그것은 "이 정보를 알려줘야지"가 아니라 "이거 너도 그렇지?"라는 메시지다. 특정 사람에게 보내는 DM이 되고, 단체 채팅방에 공유된다. 그 행위 자체가 관계 형성이다.

이것이 콘텐츠 평가에서 가장 게임하기 어려운 지표, Dark Social로 연결된다. 좋아요는 누를 수도 있고 안 누를 수도 있다. 하지만 특정 사람에게 DM으로 보내는 행동은 의식적 판단이다. "이거 너한테 보내고 싶었어"는 콘텐츠가 관계를 활성화했다는 뜻이다.


설계할 때 자주 하는 실수

이 전략을 처음 시도할 때 자주 나타나는 패턴이 있다.

첫 번째는 너무 일반적인 비합리성을 고르는 것이다. "저도 가끔 실수해요"나 "완벽하지 않아요"는 너무 넓다. 공감이 일어나려면 독자가 자신의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릴 수 있어야 한다. "ChatGPT 커스텀 GPT 만들어두고 한 번도 안 씀"처럼 좁을수록 정밀하게 공명한다.

두 번째는 비합리성을 꺼내고 나서 바로 해결책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됩니다"를 붙이는 순간, 콘텐츠는 공감에서 교육으로 바뀐다. 공감 콘텐츠의 마무리는 해결책이 아니라 물음이나 열린 인정이다. "어떻게들 쓰고 계세요?" 혹은 그냥 "...쓰시는 분 있으면 비법 알려주세요" 정도면 충분하다.

세 번째는 과도한 자기 비하다. 비합리성을 인정하는 것과 자신을 낮추는 것은 다르다. 자조 유머에는 유머가 있어야 한다. 무겁거나 부끄러운 톤이 되면 독자가 위로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고 댓글을 달기 어려워진다.


콘텐츠가 관계가 되는 순간

팔로워를 모은다는 것은 결국 관계를 만드는 것이다. 그 관계의 시작점이 정보일 수도 있고, 이야기일 수도 있고, 웃음일 수도 있다.

비합리적 선택 공감 콘텐츠가 만드는 관계는 조금 다른 종류다. "이 사람은 나보다 더 잘 안다"가 아니라 "이 사람은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다"는 인식에서 시작한다. 그 인식은 취약해도 안전하다는 신뢰를 만들고, 그 신뢰가 팔로우와 알림으로 이어진다.

먼저 인정하는 사람이 이기는 이유는 그것이다. 정보를 먼저 주는 게 아니라 방어를 먼저 내려놓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1. Brown, B. (2010). The Power of Vulnerability. TED Talk.
  2. Kahneman, D. & Tversky, A. (1979). Prospect Theory: An Analysis of Decision under Risk. Econometrica.
  3. Spiralytics (2025). 2025 Content Creator Economy: 71 Statistics & Key Insights.
  4. Hashmeta. Meme Marketing: How Viral Brand Humor Drives Measurable Engagement.
  5. i-boss (2025). 참여율 67% 상승시킨 릴스 인플루언서 콘텐츠 공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