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eld note · 2026-05-14

HITL을 어디에 둘 것인가

복잡도 기반 위험분류로 인간 검증을 설계하는 법

HITL을 어디에 둘 것인가

복잡도 기반 위험분류로 인간 검증을 설계하는 법


"AI에 다 맡길 수는 없으니 사람이 검토해야 한다."

여기서 끝나면 시스템이 동작하지 않는다. 어디서, 얼마나 자주, 어떤 강도로 사람을 부를지 — 이 결정 자체는 어떻게 내려야 하는가? 직감으로? 그건 위험하다.

리서치하다 보니 답이 그래프 안에 있었다. 네 단계로 정리한다.


1. 왜 일단 사람을 부르긴 해야 하는가

흔한 오해: "AI가 잘 못하니까 사람이 봐야 한다."

데이터는 정확히 반대를 말한다. AI가 잘할수록 사람이 못 보게 된다.

자동화가 일관되게 신뢰할 때 인간 오류 탐지율은 약 30%. 자동화가 가끔 눈에 띄게 실패할 때는 약 75%. 자동화가 잘 동작할수록 사람의 감시 능력이 구조적으로 저하된다는 게 대규모 문헌 리뷰의 결론이다.1

AI 코드 생성에서는 더 구체적이다. 개발자 96%가 "AI 코드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하지만, 커밋 전에 실제로 검증하는 비율은 48%에 그친다.2 자격증명(credential) 노출은 비AI 개발자 대비 약 2배.3

그러니까 진단은 이렇다. "검증이 필요하다"가 아니라 "검증 능력 자체가 자동화에 의해 침식된다." 그래서 HITL(Human-in-the-Loop)이 필요하다 — 시스템 차원에서 인간 검증을 강제로 끼워넣지 않으면,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그 검증을 건너뛰게 되어 있다.


2. 그래서 어디에 사람을 부를까

전부 다 검증시키면 처리량이 안 나온다. 그렇다고 "여기는 위험해 보여"라는 직감으로 정하면, 자동화 편향이 그 직감을 오염시킨다. 위에서 본 30%의 늪에 빠진다.

해법은 측정이다. 코드와 문서 시스템을 노드와 연결선으로 그려놓고 — 어떤 부분이 다른 부분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 네 가지 지표로 위험을 정량화한다.

  • 분기 경로 수(Cyclomatic Complexity). 한 모듈 안의 가능한 실행 경로 수. McCabe(1976)이 제안한 고전 지표로, V(G) > 20이면 고위험으로 분류한다.4
  • 얽힘 덩어리 크기(SCC).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코드 클러스터의 노드 수. 5개 이상이면 데드락이나 무한 루프 위험이 커진다.
  • 교통 허브 지표(Betweenness Centrality). 시스템 내 통신 경로의 중심에 있는 노드. 상위 5% 노드가 전체 전파 경로의 60% 이상을 매개하면 단일 장애점(SPOF)으로 본다.
  • 결함 도달 범위(BFS Impact). 한 노드의 결함이 전체 시스템 몇 %에 도달하는가. 30%를 넘으면 격리 설계가 필요하다.

이 지표들이 실제로 작동한다는 검증도 있다. 대형 오픈소스 프로젝트(Findbugs, Hibernate, Spring Framework)의 20개 이상 연속 릴리즈를 분석한 연구에서, "허브 역할을 하는 클래스"일수록 버그가 더 멀리 퍼지는 패턴이 분명하게 나타났다.5

여기서 HITL의 위치가 결정된다. 지표 임계값을 초과하는 노드 = 사람이 봐야 하는 자리. 임계값 미만 = AI에 위임해도 되는 자리.


3. 부르되, 어떤 강도로

위치를 정했다고 끝이 아니다. 사람을 부른다 해도, 모든 결정에 매번 승인을 받으면 처리량이 다시 무너진다.

그래서 HITL 자체도 4단계로 차등 설계한다.6

단계의미적용 영역
HITL모든 결정에 인간 승인고위험
HITLFE정상 흐름은 자동, 예외만 인간중위험
HOTL자동 진행 + 인간 모니터링저위험
HOOTL인간 개입 없음무위험

매핑은 단순하다. High Risk → HITL. Medium Risk → HITLFE + Property-based Testing 자동 + 결과 인간 검토. Low Risk → HOTL + 멱등성 자동 검증. 그리고 실패 시 자동으로 한 단계 위로 에스컬레이션한다(Cascading Fallback).

산업 사례도 같은 방향이다. Google의 Gemini 트리아지 에이전트는 보안 분류를 위험 등급별로 자동 격리/에스컬레이션하는 구조로 동작한다. Netflix는 실패 이력과 정적 분석 기반 PR 위험 트리아지로 폭발 반경을 약 50% 줄였다.7 FDA는 2025년 CSA 가이드에서 위험 기반 검증을 공식 권장한다.


4. 그런데 임계값은 누가 정하는가

여기가 가장 까다롭다.

"V(G) > 20이면 고위험"의 그 20은 누가 정하나? 사람이다. 그런데 그 사람이 이미 1번에서 본 자동화 편향 상태라면? 실제보다 낮은 위험으로 분류하게 된다.

그래서 임계값 자체를 주기적으로 재검토하는 메타 루프가 필요하다. 흐름은 이렇다.

코드가 바뀐다 → 그래프 지표를 재계산한다 → 재계산된 분포가 임계값을 재조정하라고 알린다 → 인간이 새 임계값을 검토한다 → 새 임계값으로 HITL 배치가 재구성된다.

이게 구글의 PageRank가 작동하는 방식과 같다. "많이 링크된 페이지가 중요하다 → 중요한 페이지에서 링크받은 페이지가 더 중요하다." 순환처럼 보이지만 계속 반복하면 안정적인 순위가 수렴한다. 위험 분류도 마찬가지다.

한 번 정하고 끝이 아니다. 반복이 정밀도를 만든다.


정리

HITL 설계의 흐름을 한 줄로 요약하면:

시스템을 그래프로 → 복잡도·전파 지표로 노드별 위험 정량화 → 위험 등급에 HITL 단계 매핑 → 임계값 자체는 주기적으로 인간이 재검토.

"AI에 어디까지 맡길지"의 답은 직감이 아니라 측정에서 나와야 한다. 그래야 자동화 편향이 그 결정을 오염시키지 못한다. 그리고 측정 자체가 자동화 편향에 오염되지 않도록, 임계값 재검토라는 메타 루프가 필요하다.

지금 운영 중인 에이전트 시스템에서 HITL이 어디에 배치되어 있는지 한 번 살펴볼 만하다. 거기가 정말 그래프 위험이 높은 곳인가? 아니면 "왠지 중요해 보여서" 둔 자리인가? 그 차이가 시스템의 실제 신뢰도를 결정한다.


참조 노드: [[concept__automation-bias]], [[concept__risk-based-verification]], [[concept__state-transition-complexity]], [[concept__error-propagation-graph]], [[concept__idempotency-verification]], [[technique__hitl-checkpoint]], [[boundary-layer-model]]

Footnotes

  1. Parasuraman, R. & Manzey, D. (2010). Complacency and Bias in Human Use of Automation: An Attentional Integration. Human Factors, 52(3). https://journals.sagepub.com/doi/10.1177/0018720810376055

  2. SonarSource (2024). Developer Survey on AI-Generated Code Trust and Verification.

  3. Apiiro (2024). AI Code Risk Report — credential exposure in AI-assisted development.

  4. McCabe, T.J. (1976). A Complexity Measure. IEEE Transactions on Software Engineering, SE-2(4).

  5. Wen, W. et al. (2014). Network-Based Analysis of Software Change Propagation. PLoS ONE.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3984771/

  6. HITL 4단계 모델(HITL/HITLFE/HOTL/HOOTL)은 LangGraph interrupt, Claude Agent SDK hooks 등 주요 에이전트 프레임워크의 confidence_score 기반 자동화 단계 구분에서 공통적으로 채택된다. 참조: Permit.io HITL 가이드(2024). https://www.permit.io/blog/human-in-the-loop-for-ai-agents-best-practices-frameworks-use-cases-and-demo

  7. Google Gemini 트리아지 에이전트, Netflix 실패 이력 기반 PR 트리아지(Engineering 블로그), FDA Computer Software Assurance Guidance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