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eld note · 2026-05-13
AI-Native 시대의 그로스 마케팅 — 온톨로지 분석이 보여준 것
마케팅을 해보겠다고 결심했다. 제품도 있고, 사용자도 조금씩 생기고 있었다. 다음 단계는 명확해 보였다. 그리고 나서 막혔다. 채널을 골라야 하는데 기준이 없었다. 광고를 써야 하는지,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지, 뭔가를 자동화해야 하는지. 검색을 해보면 "그로스 마케팅"이라는 말이 나오고, AARRR이라는 프레임워크가 나
AI-Native 시대의 그로스 마케팅 — 온톨로지 분석이 보여준 것
마케팅을 해보겠다고 결심했다. 제품도 있고, 사용자도 조금씩 생기고 있었다. 다음 단계는 명확해 보였다.
그리고 나서 막혔다.
채널을 골라야 하는데 기준이 없었다. 광고를 써야 하는지,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지, 뭔가를 자동화해야 하는지. 검색을 해보면 "그로스 마케팅"이라는 말이 나오고, AARRR이라는 프레임워크가 나오고, HubSpot이 나왔다. 읽으면 읽을수록 모른다는 느낌이 짙어졌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출발점이라고 했다. 그래서 체계적으로 접근하기로 했다. 개념들을 노드로 정리하고, 그 사이의 관계를 연결해가며 구조를 파악하는 방식, 온톨로지 분석이었다. 뭘 모르는지를 먼저 지도로 그리자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7개 개념 노드와 16개의 관계를 쌓고 나자, 몰랐던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중 몇 가지는 예상과 달랐다.
실패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 — 그리고 그 실패가 AI 설계의 시작이 된다
처음에는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는가"를 찾았다. 그런데 분석의 방향을 바꿔서, 왜 그로스 마케팅 팀이 실패하는지를 먼저 추적했더니 다른 그림이 나왔다.
실패 패턴들을 하나씩 보면, 이상하게도 모두 같은 자리를 가리킨다. 모호한 목표, 채널 분산, 팀 사일로, 획득만 집중, 데이터 무시 — 다섯 가지 실패 패턴 각각이 정의의 빈약함으로 수렴했다. 실패는 실행의 문제가 아니었다. 정의가 없거나, 정의 안에 중요한 원칙이 빠져 있었기 때문에 생긴 문제였다.
그런데 이 연결을 한 단계 더 가면 예상치 못한 곳으로 간다.
실패 패턴 → 정의의 개선 → AI Agent 설계. 이 경로가 보인다.
팀 사일로가 실패 원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어떻게 마케팅과 제품이 같은 목표를 보게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이 생긴다. 그 질문이 명확해져야, 그 역할을 AI Agent가 부분적으로 맡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마케팅 실험 결과를 제품팀 채널에 자동으로 요약해서 올리는 Agent를 설계하려면, 왜 이 두 팀이 정보를 공유해야 하는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실패 패턴 분석이 AI 설계의 출발점이 된다. 거꾸로 접근한 셈이다.
여기서 한 단계 더 간다. 잘 설계된 Agent가 실험을 수행하고 결과를 로그로 남기기 시작하면, 그 데이터가 조직의 지식 자산이 된다. 어느 채널이 어느 사용자 세그먼트에서 작동했고, 어느 가설이 틀렸는지가 축적된다. 처음에는 실패 분석으로 시작했는데, 끝에는 지식 인프라가 생겨 있다.
팀이 먼저라는 원칙은 유효하다 — 하지만 무엇이 달라졌는가
팀이 갖춰져야 프로세스가 작동한다는 원칙을 분석하면서 가장 당황스러웠던 부분이 있다. 그로스 팀에는 Growth Leader, Growth Marketer, PM, Data Analyst, Engineer 다섯 가지 역할이 필요한데, 혼자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이 목록은 그냥 벽이다.
그런데 이 벽을 우회하는 경로가 온톨로지 안에 이미 있었다.
팀 구성 노드에서 AI Agent 커버리지 노드로, 다시 솔로 워크플로우 노드로, 그리고 스프린트 프로세스 노드로 이어지는 경로다. 각 역할이 수행하는 반복 업무의 상당 부분을 AI가 처리하면, 한 명이 다섯 역할의 판단 업무를 맡는 구조가 현실적인 선택지가 된다.
2025-2026년 기준으로 Data Analyst가 하는 일의 60-75%, Engineer가 하는 그로스 관련 반복 업무의 50-70%, Growth Marketer의 카피·실험 초안 작업의 55-70% 정도는 AI 도구가 커버한다. PostHog Max가 자연어 코호트 분석을 처리하고, n8n이 도구 간 연동을 자동화하고, Claude API가 이메일 variant 초안을 만든다.
이것은 팀이 필요 없다는 말이 아니다. 다섯 가지 역할의 책임 자체는 여전히 누군가 명시적으로 져야 한다. 달라진 것은, 각 역할을 별도의 사람이 전담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점이다. 책임의 구조는 그대로이고, 실행의 방식이 바뀌었다.
Pieter Levels가 솔로로 PhotoAI와 NomadList를 합산 연 매출 300만 달러 규모로 키운 것이 예외적인 사례처럼 보이지만, 2026년 기준으로 신생 벤처의 36%가 솔로 창업으로 시작한다. 이 숫자가 말하는 것은 시장이 변한 게 아니라, 혼자서 감당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졌다는 것이다.
프로세스가 도구를 부르고, 도구가 Agent를 설계하게 만든다
그로스 마케팅에서 프로세스와 도구가 양방향으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것은 분석 초반부터 보였다. 그런데 이 관계가 AI Agent 시대에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따라가면 다른 층위의 이야기가 나온다.
2주 스프린트를 먼저 설계하면, 어느 시점에서 반드시 수동 작업이 병목이 된다. 매주 코호트를 직접 뽑아서 이메일 목록에 넣는 과정이 번거로워지는 순간, n8n으로 이 흐름을 자동화하고 싶어진다. 자동화 흐름이 생기면, 그 안에서 각 Agent에게 어떤 역할을 맡길지를 설계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PostHog에서 Day 7 이탈 위험 코호트가 감지되면, n8n이 이 신호를 받아 Claude API에 재진입 이메일 variant 3개를 요청하고, Customer.io가 A/B 테스트로 발송한다. 이 흐름을 설계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묻게 된다. 이 Claude에게 어떤 맥락을 줘야 하는가. 우리 제품이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지, 이 사용자 세그먼트가 왜 이탈 위험인지, 어떤 톤이 이 브랜드에 맞는지.
이것이 Upstream Agent Design이다. 에이전트를 실행하기 전에 목적·맥락·출력 형식을 명시하는 설계. 그로스 마케팅 프로세스를 돌리다 보면, 이 설계가 자연스럽게 필요해지는 순간이 온다.
프로세스를 먼저 설계하면, 도구가 필요해지고, 도구를 쓰다 보면, Agent 설계가 필요해진다. 이 순서가 거꾸로 되면 — Agent를 먼저 만들고, 그 다음에 프로세스를 맞추려 하면 — 대부분의 Agent가 실제로 쓰이지 않는다.
정의가 사슬의 시작이다 — AI 시대에도
멀티홉 분석에서 가장 긴 경로를 따라가면 이런 사슬이 나온다.
그로스 마케팅 정의(데이터 기반, 전체 생명주기, 크로스펑셔널) → 팀 구성의 방식 → AI Agent 커버 범위의 이해 → 각 Agent의 목적 설계 → 실험 결과의 지식 자산화.
이 사슬에서 첫 번째 고리가 흔들리면 뒤에 오는 모든 것이 방향을 잃는다. AI 시대에도 마찬가지다. 아니, 오히려 AI 시대에 더 중요해졌다.
도구가 많아질수록, 각 도구가 무엇을 위해 있는지가 불분명해진다. Agent를 하나 추가할 때마다 "이것이 우리 정의에서 어느 역할을 맡는가"를 물어야 한다. 그 질문 없이 Agent를 추가하면, 결국 아무것도 연결되지 않은 자동화 시스템들의 묶음이 생긴다. 매우 정교하고, 매우 바쁘게 돌아가지만, 어디를 향하는지 모르는.
그로스 마케팅 정의를 명확히 한다는 것은,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전체 생명주기·크로스펑셔널 통합 세 원칙을 팀 전체가 같은 언어로 이해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 세 원칙이 각 AI Agent에게 부여하는 역할의 기준이 된다.
내가 배운 것
처음에 막혔던 이유가 보인다. 도구를 먼저 찾았기 때문이다. 어떤 채널을 써야 하는지, HubSpot을 써야 하는지, 광고 예산을 얼마나 써야 하는지. 이 질문들이 틀린 건 아닌데, 순서가 틀렸다.
온톨로지로 구조를 그리고 나서야 순서가 보였다.
정의부터 시작한다. 우리가 "그로스 마케팅"으로 무엇을 하려는지를 세 원칙으로 적는다. 그 다음에 팀 구성이 아니라, 역할 구성을 생각한다. 다섯 역할 중 어떤 반복 업무를 AI에게 위임할 수 있는지를 파악한다. 그리고 나서 프로세스를 설계한다 — 2주 단위로, 실험 중심으로. 도구는 그 다음이다. 프로세스가 요구하는 자동화가 생길 때마다 적절한 도구를 붙인다. 실패는 피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실험의 재료로 읽는다.
이 순서가 AI-Native 시대의 그로스 마케팅이다. AI가 많은 역할을 커버하지만, 사슬의 첫 번째 고리 — 정의와 방향 — 는 여전히 사람 몫이다.
그리고 그 사슬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온톨로지를 그렸다. 결국 지도를 먼저 그려야 했다. 길을 찾기 전에.
References
분석 기반: GM1-GM7 (growth-marketing 클러스터), AX2·AX4 (org-business 클러스터), 총 16개 morphism.
멀티홉 경로: GM5→GM1→GM6→AX4 / GM2→GM6→GM7→GM3 / GM3↔GM4→GM7→AX2 / GM1→GM2→GM6→AX2→AX4
GM1 — 그로스 마케팅 정의
- Shopify. "What Are AARRR Metrics? How the AARRR Framework Works." https://www.shopify.com/blog/aarrr-metrics
- Improvado. "What Is Growth Marketing? A 2026 Guide." https://improvado.io/blog/what-is-growth-marketing
GM2 — Growth Team 5-Core Role
- Andrew Chen. "How to Build a Growth Team." https://andrewchen.com/how-to-build-a-growth-team/
- Reforge. "Growth Team Structure." https://www.reforge.com/blog/growth-team-structure
GM3 — Growth Sprint 워크플로우
- Neil Patel. "How Long Should You Run an A/B Test?" https://neilpatel.com/blog/how-long-to-run-an-ab-test/
- PostHog. "Running Experiments with PostHog." https://posthog.com/blog/experiments
GM4 — 도구 통합 아키텍처
- Amplitude. "Amplitude + Customer.io Integration." https://amplitude.com/integrations/customer-io
- Customer.io. "Product-Led Growth Tools Stack." https://customer.io/blog/product-led-growth-tools/
GM5 — 실패 패턴
- Genesys Growth. "Common Growth Marketing Failures." https://genesysgrowth.com/blog/growth-marketing-failures
- Phoenix Strategy Group. "CAC Benchmarks 2026." https://phoenixstrategy.group/blog/cac-benchmarks-2026
GM6 — AI Agent 역할 커버리지
- mean.ceo. "The Solo Founder AI Agent Stack That Is Replacing Entire Startup Teams." https://blog.mean.ceo/the-solo-founder-ai-agent-stack-that-is-replacing-entire-startup-teams/
- Techno-Pulse. "Best AI Product Analytics Tools 2026." https://www.techno-pulse.com/2026/05/best-ai-product-analytics-tools-in-2026.html
GM7 — 솔로 Agent 그로스 워크플로우
- The Vibe Marketer. "n8n for Marketing Automation." https://www.thevibemarketer.com/tools/n8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