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eld note · 2026-04-30

AI App Slop — AI를 썼다는 사실 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 제품

2025년, MerriamWebster는 올해의 단어로 "slop"을 선정했다. 사전적 정의는 단순하다. "질 낮고 대충 만든 것." 그런데 이 단어가 AI 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퍼지고 있다. 2024년 461,000건이던 "AI slop" 언급은 2025년 11월까지 240만 건으로 9배 폭증했다. 개발자 커뮤니티, V

AI App Slop — AI를 썼다는 사실 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 제품

2025년, Merriam-Webster는 올해의 단어로 **"slop"**을 선정했다.

사전적 정의는 단순하다. "질 낮고 대충 만든 것." 그런데 이 단어가 AI 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퍼지고 있다. 2024년 461,000건이던 "AI slop" 언급은 2025년 11월까지 240만 건으로 9배 폭증했다. 개발자 커뮤니티, VC 트위터, Hacker News에서 이 단어는 하나의 진단어(diagnostic term)가 됐다.

무엇이 문제인가.


Slop은 콘텐츠 문제가 아니다

처음에 AI slop은 주로 콘텐츠 문제로 다뤄졌다. AI가 만든 블로그 포스트, 유튜브 섬네일, 소셜 피드를 채운 무의미한 이미지들. 실제로 2025년 New York Times 조사에서 유튜브 키즈 추천 영상의 40%가 AI slop으로 분류됐다.

그런데 같은 현상이 제품 영역에서도 진행되고 있다는 걸 시장이 조금씩 인식하기 시작했다.

AI App slop — LLM을 붙였지만 실질적 가치나 차별성 없이 양산된 저품질 AI 앱.

이건 단순한 기능 문제가 아니다. 제품 전략, UX, 비즈니스 모델까지 포함한 총체적 품질 문제다.


왜 이렇게 많이 생겼는가

왜 이렇게 됐을까.

진입장벽이 사라졌다. OpenAI, Anthropic, Google이 API를 공개하자 누구나 LLM 기능을 붙일 수 있게 됐다. "제품 개발"이 "API 래핑"으로 대체됐다. 기술이 아니라 조합만으로 앱이 만들어지는 상태가 됐다.

속도가 품질을 눌렀다. "빠르게 출시 → 투자 유치"가 우선순위가 되면서 문제 정의 없이 기능부터 붙이고, UX 검증 없이 릴리즈했다. 결과는 "제품"이 아니라 "피치용 프로토타입"의 양산이었다.

모델이 동일하다. 대부분의 앱이 동일한 GPT나 Claude를 사용한다. 결과 품질이 거의 같고, UX도 유사하며, 기능도 비슷하다. "왜 이 앱을 써야 하는지" 설명이 불가능한 상태다.


4가지 전형 패턴

실무에서 반복적으로 보이는 AI App slop의 패턴이 있다.

패턴 1: "ChatGPT + 프롬프트 몇 개"

글 써줌. 요약해줌. 아이디어 생성해줌. 이미 ChatGPT 자체가 제공하는 기능이다. 별도 앱을 쓸 이유가 없다.

패턴 2: "Notion AI 복제형"

문서 기반 AI 툴이지만 실제로는 텍스트 선택 → LLM 호출이 전부다. 워크플로우 통합 없음. 협업 없음. 데이터 구조 없음.

패턴 3: "Vertical AI인데 실제로는 Generic"

"AI 법률 어시스턴트", "AI 마케팅 코파일럿"이라고 부르지만 도메인 데이터도, RAG도, 전문 추론 구조도 없다. 단순 프롬프트 템플릿 수준이다. Vertical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Generic Chatbot이다.

패턴 4: "Agent라고 부르지만 단일 호출"

"AI Agent"라고 마케팅하지만 실제 구조는 single LLM call 하나다. Planning 없음. Tool use 없음. Memory 없음. Agent UX가 아니라 Chat UI에 Agent라는 이름만 붙인 것이다.


왜 이게 문제인가 — 제품 관점

세 가지 근본 문제가 있다.

문제 정의 부재. 사용자의 Pain Point가 아니라 "AI를 어디에 붙일까"가 먼저다. 결과적으로 실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retention은 낮다.

Decision Quality가 없다. 사용자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결과의 "정답성"이 아니다.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는가? 리스크를 줄이는가?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는가? AI App slop은 이 부분이 비어 있다.

Workflow 통합 실패. 좋은 AI 앱은 기존 업무 흐름 안에 들어가야 한다. Slop은 standalone tool이다. 결과를 복사해서 붙여넣어야 한다. 생산성 개선이 아니라 작업 단계를 하나 더 추가하는 셈이다.


진짜 AI 제품과의 차이

AI App Slop좋은 AI 제품
구조단일 LLM 호출Multi-step workflow
데이터없음 / GenericDomain-specific
UX채팅 UITask-driven UI
가치재미 / 데모의사결정 개선
지속성낮음반복 사용

여기서 중요한 건 "구조"만의 문제가 아니다. a16z의 분석에 따르면 실제로 살아남은 AI 제품들의 공통점은 integration + domain expertise + proprietary data 세 가지다. 모델 자체는 이미 commodity다. 모델 위에 무엇을 쌓느냐가 전부다.


판단 체크리스트

어떤 AI 앱이 slop인지 판단하려면 네 가지를 보면 된다.

  1. 이 기능은 ChatGPT에서 바로 되는가? → 된다면 slop 가능성이 높다.
  2. 도메인 데이터가 있는가? → 없다면 generic tool이다.
  3. Workflow 안에 들어가는가? → 아니라면 쓰지 않게 된다.
  4. 결과가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는가? → 아니라면 toy다.

이 네 가지 중 하나도 통과하지 못하면 slop이다.


코드 레벨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흥미롭게도 동일한 패턴이 코드 영역에서도 관찰된다. GitClear가 2억 1,100만 줄의 코드를 분석한 결과, AI 보조 코드의 churn 비율(2주 내 삭제·롤백)이 2020년 3.1%에서 2024년 5.7%로 상승했다. 생각 없이 생성하고, 검토 없이 머지하고, 이후에 되돌리는 사이클이다.

arxiv에 올라온 연구는 이를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이라고 표현했다. 개별 개발자는 속도 이득을 챙기지만, 비용은 리뷰어·메인테이너·전체 커뮤니티가 치른다. curl 프로젝트는 AI가 생성한 허위 취약점 리포트에 지쳐 버그 바운티 프로그램을 폐쇄했다.

제품도 마찬가지다. 개별 팀은 빠른 출시의 이득을 챙기지만, 비용은 신뢰를 잃은 시장 전체가 치른다.


이 개념이 중요한 이유

AI App slop은 단순한 비판 용어가 아니다. AI 제품 시장의 거품 구간을 설명하는 핵심 신호다.

시장의 이동 경로가 있다.

  • 초반: 기술 중심 (모델 경쟁)
  • 중반: 기능 경쟁 (지금)
  • 이후: Workflow + Decision Quality 경쟁

AI App slop은 중간 단계의 부산물이다. 기술 장벽이 사라지고 기능 경쟁이 시작된 직후, 차별화 방법을 찾지 못한 제품들이 만들어내는 잡음이다.

이 구간이 지나면 살아남는 것들은 결국 한 가지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 사용자의 의사결정 흐름 안에 들어간 제품.


한 줄 요약

AI App slop은 **"AI를 썼다는 사실 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 제품"**이다.

반대로 말하면, 진짜 AI 제품의 조건은 단순하다. AI를 지웠을 때도 해결하려는 문제가 선명하게 남아 있어야 한다.


References

  • Merriam-Webster Word of the Year 2025: "slop"
  • arxiv: "An Endless Stream of AI Slop" — The Growing Burden of AI-Assisted Software Development (2026)
  • Meltwater: AI slop sentiment analysis, 2024–2025
  • GitClear: AI Copilot Code Quality Research 2025 (211M lines analyzed)
  • a16z: "From Demos to Deals: Insights for Enterprise AI Builders"
  • Scale VP: "Let the commodities be commodit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