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eld note · 2026-04-27

AI 활용 노하우는 개인 자산인가, 팀 자산인가

2026년 4월, 리멤버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물 하나가 5만 번 넘게 읽혔다. 팀장이 Gemini를 잘 다루는 신입사원에게 프롬프트 노하우를 노션으로 공유해달라고 부탁했다. 신입은 정중하게 거절했다. "개인적으로 공부해서 개발한 노하우"라는 이유였다. 팀장은 더 이상 요구하지 않았다. 꼰대처럼 보일까봐. 댓글 반응은 둘

AI 활용 노하우는 개인 자산인가, 팀 자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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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4월, 리멤버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물 하나가 5만 번 넘게 읽혔다.

팀장이 Gemini를 잘 다루는 신입사원에게 프롬프트 노하우를 노션으로 공유해달라고 부탁했다. 신입은 정중하게 거절했다. "개인적으로 공부해서 개발한 노하우"라는 이유였다. 팀장은 더 이상 요구하지 않았다. 꼰대처럼 보일까봐.

댓글 반응은 둘로 쪼개졌다.

"같은 팀인데 왜 안 나눠요?"
"퇴근 후에 공부한 건데 왜 줘야 해요?"

이 갈등은 특정 팀의 사건이 아니다. 영국·미국·캐나다·독일 지식노동자 4,000명을 대상으로 한 Adaptavist 조사(2025년 11월)에서 38%가 자신의 강점을 동료에게 가르치기를 거부했고, 35%는 AI 관련 지식을 의도적으로 은폐했다고 응답했다. 커뮤니티 사건이 아니라 구조적 현상이다.


1. 왜 프롬프트는 공유하기 어려운가

AI 활용 노하우가 다른 업무 지식과 다른 이유는 그것이 암묵적 지식(Tacit Knowledge) 의 성격을 띠기 때문이다.

철학자 마이클 폴라니는 1966년 이렇게 썼다.

"우리는 말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

그가 말한 암묵적 지식이란, 경험으로는 체화되었으나 언어로 온전히 전달되지 않는 지식이다. 자전거 타는 법을 글로 설명해도 처음 타는 사람이 바로 탈 수 없는 것처럼.

AI 활용 노하우는 정확히 이 속성을 가진다.

  • 외부 저장 불가: 같은 프롬프트를 다른 사람이 복사해도 결과가 다르다. 맥락을 조성하는 방식, 후속 질문의 흐름, 출력을 다듬는 감각이 프롬프트 텍스트 안에 없기 때문이다.
  • 개인 워크플로우에 종속: 어떤 도구를 언제 쓰고 어디서 검토할지의 조합은 수백 번의 시도를 통해 만들어진다.
  • 실험으로만 축적: "이 방식이 왜 더 잘 되는가"를 설명하기 어렵다. 결과가 더 좋았다는 경험이 쌓일 뿐이다.

노나카 이쿠지로의 SECI 모델은 이 상황을 정확히 설명한다. 암묵적 지식을 조직 자산으로 만들려면 외현화(Externalization), 즉 경험을 언어와 구조로 변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한 파일 공유로 되지 않는다. 에너지가 드는 작업이다.


2. 격차가 갈등을 만든다

이 갈등이 지금 이렇게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격차의 규모 때문이다.

AI 활용 여부가 업무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한 독립적인 무작위 대조 실험(RCT)들이 공통적으로 가리키는 방향이 있다.

  • MIT 연구팀이 453명 지식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ChatGPT 접근 그룹은 동일 작업을 40% 빠르게 완료하고 품질 평가에서 18% 높은 점수를 받았다. (Noy & Zhang, Science, 2023)
  • Harvard와 BCG가 컨설턴트 758명으로 진행한 실험에서 AI 적용 과제의 완료 속도가 25% 이상, 인간 평가 점수가 40% 이상 향상됐다. (Navigating the Jagged Technological Frontier)
  • NBER의 고객지원 현장 실험(5,179명)에서는 AI 도구가 신입·저숙련 직원의 생산성을 34% 끌어올렸다. (Brynjolfsson et al., 2023)

수치만 보면 AI는 공평하게 느껴진다. 오히려 신입이 더 큰 혜택을 받는다. 문제는 이 혜택이 "잘 쓰는 사람"에게만 집중된다는 점이다.

잘 쓰는 사람과 못 쓰는 사람 사이의 격차는 팀 내 불균형으로 드러난다. 팀장이 공유를 요청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 불균형을 해소해야 팀 전체 성과가 올라간다.


3. 개인이 거부하는 것은 이기심이 아니다

그렇다면 공유를 거부하는 것은 이기적인 행동인가?

Harvard Business School의 현장 실험 연구(Working Paper 19-015)는 반대 방향을 가리킨다. 고강도 개인 성과 인센티브 아래서는 지식 공유가 줄어든다. 개인이 나빠서가 아니라, 보상 구조가 그 선택을 합리적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메커니즘은 이렇다. 강한 개인 평가 체계는 직원에게 "거래적 계약"을 신호한다. 내가 기여한 만큼 돌아온다는 전제. 그 전제 위에서 핵심 노하우를 무료로 넘기는 것은 손해다.

Taylor & Francis에 게재된 2024년 연구는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금전적 보상은 명시적 지식(매뉴얼, 문서) 공유에는 효과가 있지만, 암묵적 지식 공유에는 역효과를 낸다. 암묵적 지식은 본인의 "경쟁 무기"로 인식되기 때문에, 금전 보상이 오히려 그 무기의 가치를 상기시켜 공유 회피를 강화한다. (Cogent Business & Management, 2024)

Wharton의 분석은 현실을 더 냉정하게 보여준다. AI를 실질적인 업무 변환에 활용하는 직원은 현재 전체의 5% 에 불과하다. 그 5%는 성과 평가 체계가 AI 활용을 아직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격차를 만들어낸 사람들이다. 그 격차를 무상으로 넘기라는 요구는, 현재의 평가 구조 안에서 스스로 불이익을 감수하라는 말이 된다.

공유하는 사람이 손해를 보는 구조가 문제이지 않을까. 그 구조 안에서 개인의 선택을 탓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4. 조직이 이미 알고 있는 것

흥미롭게도, 대형 조직들은 이 문제를 이미 제도로 대응하고 있다.

McKinsey는 Lilli라는 내부 AI 플랫폼을 만들어 45,000명에게 배포했다. 10만 건 이상의 문서와 지식이 통합된 이 시스템은 "개인의 노하우"가 퇴사와 함께 사라지지 않도록 조직 자산으로 내재화하는 구조다. 조사 업무 시간의 약 30%가 절감됐다.

JPMorgan Chase는 더 직접적인 방법을 택했다. 신입사원 온보딩 과정에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교육을 의무 포함시켰다. 개인이 알아서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입사 첫날부터 조직이 가르치는 것으로 정의를 바꿨다.

Goldman Sachs는 GS AI Assistant를 46,500명 전 직원에게 배포하면서 회사가 승인한 LLM과 내부 데이터를 연결했다. 개인이 외부 AI에 무엇을 넣는지 관리하고, 조직의 도메인 컨텍스트가 자동으로 쿼리에 추가되는 구조다.

Microsoft는 AI 챔피언이 구체적인 프롬프트와 그 효과를 내부에 공유하는 체계를 운영한다. "이 프롬프트로 영업 스크립트 작성을 3시간 절약했다"는 방식으로. 단순히 공유하라고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공유할 때 무엇을 어떻게 남기는지를 설계했다.

이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것은 개인에게 공유를 요청하는 게 아니다. 공유가 구조적으로 일어나도록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다.


5. 이 갈등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블라인드와 리멤버에서 이 사건은 다르게 읽힌다.

블라인드에서는 주로 "같은 팀인데 왜"와 "개인 시간에 공부한 건데 왜"의 충돌로 읽힌다. 태도의 문제, 인성의 문제로 귀결되는 경향이 있다.

리멤버에서는 다른 논의가 붙는다. "재현되지 않는 업무는 조직 리스크다", "성과는 개인 평가인데 공유를 강제할 수 있느냐". 구조와 시스템의 문제로 접근한다.

두 프레임 중 어느 쪽이 더 유용한가. 개인의 태도를 바꾸는 것이 조직에게 가능한 선택지인가. 시스템을 바꾸는 것은?

Adaptavist 보고서의 수치로 돌아가자. 지식을 은폐한 35%, 교육을 거부한 38%는 모든 연령대에 고르게 분포한다. 이것은 "AI를 잘 다루는 신입의 특성"이 아니다. 평가 구조와 직업 안정성에 대한 불안이 만든 보편적 반응이다.

리멤버의 신입도, Adaptavist가 조사한 미국 직장인도, 같은 구조 안에 있다.


결론: 태도가 아닌 설계의 문제

AI는 처음으로 생산성 자체를 개인화할 수 있게 만든 기술이다. 이전의 지식과 경험도 개인화되었지만, AI는 그 속도와 규모를 바꿨다.

이 변화가 만든 갈등은 개인이 더 이기적이 되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기존의 평가 구조가 새로운 자산의 성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그렇다면 필요한 것은 세 가지다.

첫째, AI 노하우를 암묵적 지식으로 다루는 관점의 전환. 파일을 공유하라고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SECI 모델처럼 경험이 외현화되는 과정을 설계해야 한다.

둘째, 공유를 인센티브와 연결하는 구조 설계. 지식을 나눌 때 개인이 손해를 보는 구조에서는 어떤 요청도 작동하지 않는다. JPMorgan처럼 교육 자체를 조직 책임으로 가져오거나, 공유에 대한 평가 반영이 필요하다.

셋째, "개인 vs 팀" 프레임의 해체. 이 논쟁은 누가 옳은지의 문제가 아니다. 조직이 새로운 자산 유형에 맞는 운영 방식을 아직 설계하지 못했다는 신호다. 그 신호를 개인의 태도 문제로 읽는 조직은, 이 갈등을 계속 반복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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